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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활동보조서비스 부족으로 숨지는 '현실'
작성일: 12-10-23 17:11 | 작성자: 최고관리자 | 조회수: 7,991

장애인, 홀로 있던 중 인공호흡기 호스 빠져 생 마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10-23 09:22:59
근육장애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유전인 경우가 많다는 정도 외에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원인조차 알 수 없다 보니 치료법도 없다. 진행성이며 만성이며, 희귀성이라는 정도가 알려진 전부다. 그리고 많은 합병증의 위험 상태라는 것이다.

근육장애를 분류하면 괴사성 근막증, 근이양증(근이영양증), 근긴장 장애, 근위축 장애, 근디스트로피(신경에 이상이 없으나 근육이 퇴화하거나 지방분으로 변형되는 현상), 근섬유불균형증 등이 있다. 특징은 개인별로 모두 증세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뇌에서 명령은 하지만 근육의 반응이 늦어 쥐거나(긴장) 펴지 못하거나(이완) 한참 후 반응하는 경우가 있고, 이런 경우는 버스에서 제 시간에 내리지 못하거나, 앉기는 하지만 일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심한 경우 걸을 수 없고 근육에 힘이 없어 주위 물건을 잡거나 옮기는 등 육체적 노동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고, 근육이 완전히 마비되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여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손가락 말초신경에 근육장애가 가벼운데도 혀가 굳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와상장애인으로 중추신경까지 문제가 되어 전혀 움직일 수 없는데도 언어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한달 전 고 허정석(남, 30세, 장애1급)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활동보조인이 퇴근을 하고 가족(어머니)이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의 홀로 있던 시간에 인공호흡기 호스가 빠져 숨을 쉬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는 활동보조서비스 수급권 1등급으로 최대한 받았으나, 월수급량 100시간으로 하루 평균 3.3시간에 불과했다.

인공호흡기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항시 관찰해야 한다. 인공호흡기는 의료보험 적용에서 사용연한이 없어 고장이 나서 그것을 교체할 시간을 갖지 못하면 사망하게 된다.

건강보험에서 고장에 대비하여 여분의 장치를 주지 않는 것은 고장날 때까지만 살아라는 말이 된다. 아니면 전동휠체어처럼 사용 연한을 정하여 일정 연한이 지나면 교체하여 주는 것이다. 그러면 사용 연한이 지난 것은 여분으로 가질 수 있다.

고 허정석 씨와 같은 유형의 장애를 가진 전표구씨는 보건복지부에 전자민원을 통하여 활동보조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고, 이렇게 인공호흡기 고장으로 죽는 사태까지 있으니 활동보조 서비스를 독거가 아니더라도 독거 수준으로 특례 적용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로부터 계속 ‘활동보조 서비스를 늘리도록 노력 중이다’라는 아주 형식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국민 중 혹자는 그 정도면 병원이나 시설에서 살지 왜 자립생활을 하느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병원은 치료를 받는 곳이지, 치료가 특별히 없는 경우 병원은 돈만 먹는 하마일 뿐이다.

그리고 시설에 있지 않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고, 가족이나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자유롭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

와상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쇼핑을 하고, 문화를 즐기고, 장애인 행사에도 참여하고 회의도 할 수 있다.

시설에 있다고 특별한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이 없으니 하루 종일 무기력을 느끼며, 지루함에 빠져 생의 의욕 약화로 수명만 단축될 뿐이다. 그러나 자립생활을 통하여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즐긴다.

문제는 인공호흡기와 같은 장치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인데, 활동보조 서비스가 불충분하여 안전을 담보하는 데에 사각지대가 많다는 것이다. 하필 그런 사각지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꼼짝 없이 죽어야 하는 억울함을 당하게 되는데, 염라대왕에게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조차 치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이 되어 버린다.

호흡기가 이상이 생길 경우 이를 알아차리고 사망에 이르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전자장치와 출동 인력을 관리하는 것은 또 다른 기술과 비용이 발생하고, 그럼에도 사고가 생길 경우 책임의 소지가 복잡해진다.

현재 기술로는 노인이 숨을 쉬지 않았을 경우 몇 일씩 방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즉시 알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된 정도이고, 그러한 시스템도 시범 운영되는 수준일 뿐이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것이 가장 인간적이다. 활동보조 서비스를 확대하여 보호의 사각지대, 죽음의 위험 시간을 없애 주든가, 아니면 간병제도와 활동보조 서비스를 동시에 받도록 하든가 하나는 해야 한다.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혼자 있는 시간은 죽음이 올 수도 있는 공포의 시간이다. 이러한 공포 속에 장애인이 떨고 있는데, 활동보조 서비스가 부족하여 한 인생의 존엄한 꿈을 죽음과 맞바꾸고 있는데, 그 떨고 있는 시간에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점차 확대 중이니 그때까지 알아서 살아 계시라는 식의 답변은 무성의해 보인다.

장애인의 활동보조 서비스 확대 요구가 정부는 우는 사람 젖 더 주니, 더 달라고 하는구나라든가, 더 필요한 것은 알겠으나 예산은 한계가 있으니 어쩌겠느냐는 식의 생각을 버리고 현실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장애인, 아픔과 불편함을 몸으로 때우고 있는 현실을 제발 바로 보고 그 시급성을 깨닫기를 두 손 모아 빈다.

고 허정석의 명복을 비는 간절한 마음으로 정부의 대책마련을 빌어본다. 이제 서비스의 부족으로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것은 양식이 없어 굶어 죽던 과거의 한국의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죽음의 사건은 동료 장애인의 죽음을 보며 같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것은 6·25와 같은 전시가 아닌데도 장애인에게는 항시 그러하다는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활동보조가 도우미가 아니라 그에게는 생명 안전장치였던 것이다.